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가정신 – 락앤락

락앤락(Lock&Lock)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밀폐용기다. 냄새가 강하고 국물이 많은 한국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밀폐력이 필요했는데 락앤락 개발 당시에는 그런 제품들이 없었다. 이에 당시 하나코비는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 제품보다 100배 강한 밀폐 기술을 가진 락앤락을 제작했다. 출시 후 미국 TV홈쇼핑을 통해 광고방송을 시작했는데, 7분 만에 5,000세트가 매진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였다. 이후 국내 홈쇼핑 방송에서도 9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며 2006년 밀폐용기 국내 점유율 52.3% 차지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밀폐용기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에 대한 방송 후 매출이 급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재도약을 위해 락앤락은 내열유리를 사용한 락앤락글라스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락앤락 비스프리를 출시하며 다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락앤락은 2002년 중국에 간접 진출 방식으로 들어간지 10년도 되지 않아 식품용기 부문 브랜드 파워 지수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락앤락의 미래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현재 락앤락은 국내·외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본 사례는 밀폐용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락앤락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 혹은 기업 성장 정체 상황에서 대처 방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내·외부 환경변화 및 소비자 욕구 변화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Q1. 2006년 모 방송사의 플라스틱 용기의 환경호르몬 위험성에 대한 방송 이후 락앤락의 대처 방법은 적절했는가?

Q2. 락앤락이 경쟁사와 동일한 소재의 강화유리 밀폐용기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열유리 밀폐 용기를 출시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는가?

Q3. 락앤락이 2009년 비스프리 플라스틱 용기를 출시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가? 비스프리 제품에 대해 비스페놀A 이외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경쟁사의 추가적인 공격에 대해 락앤락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Q4. 락앤락의 내열유리 제품 판매가 국내시장에서는 부진한 반면 중국시장에서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Q5. 락앤락이 2006년 환경호르몬 사건 이후 실행해온 밀폐용기 마케팅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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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중순, 주부들이 집에서 쓰던 플라스틱 그릇들을 내다 버리는 장면이 tv 뉴스 화면에 흘러나왔다. 소위 ‘플라스틱 파동’이 발생한 것이다. 며칠 전 국내 모 방송사가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는 방송을 내보낸 것이 원인이었다. 방송을 본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환경호르몬으로 사람 몸을 망가뜨리는 원흉으로 인식했다.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뉴스를 보면서 착잡한 심경에 빠졌다. 플라스틱 밀폐용기 하나로 키워온 회사에 ‘플라스틱이 안전하지 않다’는 방송보도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영업 담당 이사는 ‘불과 며칠 사이에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다급한 보고를 해왔다. 그는 초조했다. “플라스틱은 수 십 년 동안 식품 용기로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는데 하루아침에 몸에 해로운 물질로 낙인찍히다니……” 너무나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그는 마치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다. 김준일 회장에게는 수많은 난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던져졌다. 방송 이후 철저히 플라스틱 제품을 외면하고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것인가? 유리 밀폐용기를 만드는 경쟁사가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반사이익을 취하는 상황에서, 밀폐용기 선도업체로서의 시장지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방송사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인가, 플라스틱을 버리고 유리밀폐용기를 선택할 것인가?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트렌드를 읽고 도전한 창업자 김준일

1978년 어느 날, 청년 김준일은 신문을 보다가 우리나라가 수입자유화를 시행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를 본 순간 그는 수입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입자유화가 되자마자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수입 사업을 시작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국진유통’이라는 무역회사를 창업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 생활용품을 수입해서 남대문 도매시장에 팔았다. 국민소득이 급증하기 시작한 초기 시점에는 주방용품이 유망한 품목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창업 후 7년 동안 그가 수입한 200개 품목 가운데 196개 품목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98%에 달하는 탁월한 성공률이었다. 성공의 배경에는 창업 직전 3년간 남대문 시장, 부산 국제시장, 대구 교동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에게 뭐가 잘 팔리는지 일일이 물어보는 등 시장조사를 철저히 한 것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이다.

‘국진유통’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김준일은 무역업에 만족할 수 없었다. 상품을 수입해서 파는 것은 ‘내 일이 아니라 남의 것을 심부름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한 그는 1985년 일본 국제화공과 기술 제휴를 맺고, 경기도 성남시 제3공단에 ‘국진화공’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 수입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활용품 제조업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는 공장설비 투자를 위해 스위스 리스 자금을 끌어다 썼고, 기술 부족으로 일본으로부터 원부자재를 조달해야 했다. 그런데 그해 환율이 급등했고, 그는 큰 손실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건비까지 뛰어올랐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손실과 인건비 급등에 따른 자금 부담까지 겹치자, 그는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국진화공 설립 3년 만의 일이었다.

김준일은 굴하지 않고 다시 수입품 유통업을 하면서 재기를 노렸다. 4년 동안의 노력 끝에 마침내 국진화공을 재인수할 수 있었다. 사명을 ‘하나코비’로 변경한 그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했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과거를 돌이켜본 그는 제대로 된 브랜드 없이 만든 제품은 초반에 성공하더라도 수명이 1~2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주력 제품을 개발하고 좋은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신중한 조사와 분석 끝에 그 동안 취급한 제품 가운데 밀폐용기를 주력 제품으로 정했다. 밀폐용기는 컬러가 단순하고 국가별로 규격 차이가 없다는 점과 계절에 따른 수요 변화가 적으면서도 가정에서 많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김준일회장이 생각한 기준을 잘 충족하였다. 김준일 회장과 사내 연구개발팀원들은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기존에 없던 4면 결착 형태의 밀폐용기 개발에 성공하였다. 1998년에 출시된 이 제품의 브랜드명은 락앤락(Lock&Lock), 즉 ‘두 번 잠근다’는 의미였다.

김준일 회장의 락앤락 밀폐용기 판매 전략은 기존 제품과 달랐다. 2001년 세계 최대 홈쇼핑 채널인 QVC를 통해 미국시장에 진출하여 성공한 뒤, 국내 시장에 역진출한 것이다. 그리고 불과 1년 뒤인 2002년, 선발주자인 타파웨어(Tupperware)1)를 제치고 국내 밀폐용기 시장 70%를 석권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였다. 락앤락은 2010년 이후 세계 밀폐용기 시장 점유율에서도 타파웨어, 러버메이드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락앤락을 세계적 밀폐용기 제조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준일 회장은 그 비결에 대해 “현장에 답이 있다”고 대답한다. 그는 이론적 지식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락앤락이 이룩한 해외진출 성과는 대부분 김준일 회장이 발로 뛰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1년에 200일 이상을 해외 현장에서 보내는 김준일 회장은 생활에서도 격식을 차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그는 호텔에서 생활하지 않고 아파트를 구해서 직원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일했다. 낮 동안에는 고함지르며 일에 몰두하지만 저녁이 되면 직원들과 친구처럼 어울렸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업무 외적으로도 끈끈한 정을 쌓아온 것이다.

김준일 회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한다. 그는 “회사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 비전과 개인의 비전이 일치하는 훌륭한 인재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2010년 락앤락을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도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였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기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장기업이라는 점이 인재 채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상장 이후 조직과 매출규모가 모두 커지자, 김준일 회장에게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큰 고민이 생겼다. 그 일환으로 물병, 보온병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 때문에 밀폐용기에만 집중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광고, 홍보 등 다양한 방식의 영업을 시도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렇게 비용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비용을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가 올라가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락앤락은 이제 연 매출 5천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창업자 김준일은 이제 경영자로서 회사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저는 락앤락이 제조보다는 마케팅에 가까운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밀폐용기 제품이 초기 매출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저희 회사 매출의 30%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병, 보온병 등 상품이 다변화되었어요. 모든 상품이 태생기를 지나 성장기를 거치고 나면 쇠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항상 새로운 컨셉을 좋아합니다. 제품이 한 번 나오면 그 제품이 독주할 수 있는 시장은 없습니다. 유사품이라는 게 나오니까요. 유사품이 처음에는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지만, 이후에는 품질과 마케팅(판매 방식)을 모두 따라 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더 진보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게 안 되면, 제품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항상 T자형 모델을 지향합니다. 밀폐용기의 깊이를 파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병, 보온 병 등 가장 유사한 제품군으로 확장해왔습니다.”

위와 같은 김준일회장의 말에는 연간 700여 개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락앤락에게 이제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마케팅 역량과,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통망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선택과 집중, 획기적인 밀폐용기 락앤락 개발

김준일 회장이 밀폐용기 락앤락(Lock&Lock)을 개발할 당시의 회사명은 하나코비였다. 주방, 욕실, 어린이용품 등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 생활용품을 600여 가지나 제조했지만, 매출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김준일 회장은 한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전 세계 주부들이 1년 내내 사용하는 밀폐용기를 주력 품목으로 선택했다. 특히 한국의 음식은 냄새가 강하고 국물이 많아서 강력한 밀폐력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제품들의 밀폐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락앤락을 개발하기 전에 철저한 시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소비자들은 밀폐력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비해 기존 제품의 밀폐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밀폐력이 탁월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정했고, 디자인은 사각형 모양으로 결정했다. 냉장고에 넣었을 때 공간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김준일 회장과 사내 연구개발팀원들이 3년간의 연구 끝에 1998년 출시한 4면 결착형 밀폐용기 ‘락앤락’은 신기술인 중공형 실리콘을 이용한 것이었다. 밀폐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웰드라인2)이 힌지(hinge)3) 가장자리가 아닌 다른 부분에 생기도록 수지의 흐름을 바꾸는 방법을 고안해 냈고, 그 결과 기존 제품보다 100배 강한 밀폐 기술이 탄생하였다. 이 기술은 전 세계 35개국에 특허로 등록되었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타파웨어(Tupperware)도 갖지 못한 탁월한 밀폐기술이었다.

락앤락은 물과 같은 액체는 물론 냄새까지 밀폐해주는 혁신적인 밀폐용기였다. 하지만 출시 초기에는 유통망 확보 문제와 낮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소비자 관심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망 확대 노력 끝에 어렵사리 대형할인점에 입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락앤락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들을 습관적으로 구매했고, 락앤락의 차별화된 우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용하기 불편할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김준일 회장은 대형할인점에 판촉사원을 배치하여 소비자에게 락앤락 제품의 장점을 직접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매출은 약간 상승했지만, 판촉사원의 인건비를 고려하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후 락앤락은 해외진출로 눈을 돌려 2000년 홍콩 주방용품 전시회에 참가했다. 거기에서 알게 된 해외 바이어의 도움으로 2001년 6월 미국의 QVC 홈쇼핑 채널에 광고방송을 시작했는데, 7분 만에 5,000세트가 매진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였다. 미국 TV홈쇼핑을 통한 판매가 성공하자 국내 홈쇼핑업체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어진 국내 TV홈쇼핑 판매에서도 락앤락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GS홈쇼핑(당시 LG홈쇼핑) 방송에서는 9회 연속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락앤락은 급속한 성장을 지속했고, 2006년에는 밀폐용기 매출 610억 원으로 국내시장 점유율 52.3%를 차지하는 강력한 선도기업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위기의 서막: 플라스틱 파동

단단한 고체 플라스틱 식품용기는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카보네이트(PC)라는 두 가지 소재를 사용하여 각각 제조된다. 폴리프로필렌(PP)은 가볍고 반투명한 합성수지의 일종으로, 성형 가공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식품용기, 페트병(페트병은 PET 소재로 만들어짐),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영하 5도 이하의 저온에서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녹는점이 165℃로 높은 편이어서 열에 잘 견디며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는 가볍고 투명하며 충격에 강하다. 고온이나 저온에도 잘 견딘다는 특성이 있어서 각종 전자기기, 자동차 내외장재, 식품 등 각종 보관용기 소재(젖병, 물병 등의 음료 통)로 이용되어 왔다. 그런데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인 ‘비스페놀A’가 체내에 축적되면 뇌기능 및 성기능 저하, 유방암 유발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생겨났다.

2006년 9월 17일 국내 지상파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락앤락에 치명타를 입힐 방송이 흘러나왔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아 얼린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분석한 결과, 밥에서 환경호르몬 물질의 하나인 DEHP가 다량 검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 내용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밀폐용기에 대해 용출시험을 하지 않고 밥만 꺼내 시험했기 때문에 용기의 유무해성을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락앤락과 유사한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생산하던 K사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자사 제품은 안전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의 타사 제품은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신문 광고를 실어 유해성 논란이 증폭되었다 (한겨레 2006.9.29).

김준일 회장은 국내시장에서의 독보적 지위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귀국한지 며칠 만에 환경호르몬 파동을 겪었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었다. 김준일 회장은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국내 플라스틱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다.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은 플라스틱 용기(폴리카보네이트)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더라도 그 양이 미미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김준일 회장은 억울했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우선 플라스틱 용기의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고 플라스틱 파동을 진정시킬 방안을 찾아야 했다.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다시 살려서 소비자를 생각하는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락앤락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락앤락의 전신인 하나코비는 ‘락앤락 제품 중 일부인 폴리카보네이트(PC) 용기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 규정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65개 수출국의 공인기관에서 검사 받은 안전한 제품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식품 안전청, 일본 후생성 등의 엄격한 시험과 검사 결과 젖병, 식품 용기 등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그리고 ‘경쟁사의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경쟁사를 상대로 20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한 달 여 뒤에 K사에 대해 비방광고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법률신문 2006.11.23).

창사 이후 최대 위기, 환경호르몬 논란

환경호르몬 방송 이후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집에서 사용하던 플라스틱 용기를 내다 버리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2006년 당시 락앤락 밀폐용기 중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 제품은 전체의 5%에 불과했고, 나머지 95%는 폴리프로필렌(PP) 소재 제품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문제가 된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뿐만 아니라 모든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대해 무조건 냉담했다. 당시 락앤락에는 유리 등 기타 소재의 밀폐용기는 없었다.

플라스틱에서 등을 돌린 소비자들은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는 밀폐용기를 찾기 시작했고, 반사적으로 유리 밀폐용기 매출이 급증하였다. 덕분에 유리 밀폐용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S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음료와 화장품 용 유리병을 제조해온 S기업은 2005년 국내 최초로 유리 밀폐용기를 개발, 출시하였다. 이 회사의 식기 등 유리제품 국내 매출액은 환경호르몬 사건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소비자의 관심에 힘입어 2006년 198억 원이던 매출액이 2007년에는 412억 원으로 급증한 것이다(S기업 사업보고서).

반면 2006년 610억 원에서 2007년 710억 원으로 증가했던 락앤락의 플라스틱 밀폐용기 매출은 2008년에 590억 원으로 감소하였다(락앤락 사업보고서). 한국플라스틱주방용품 공업협동조합에서는 환경호르몬 사태로 인한 업계의 손실금액이 1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였다 (한국경제 2006.11.08). 환경호르몬 방송 이후 4개월 동안 락앤락의 매출은 40%나 폭락했고,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한국일보 2009.05.14).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을 맞은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먼저 공인된 기관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고, 식약청은 방송 한달 여 만에 현재 유통되고 있는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힘으로써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김준일 회장은 플라스틱 용기의 안전성에 대한 공인기관의 공식입장을 이끌어내는 한편, 락앤락이 글로벌 기업이며, 안전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신문, 잡지 등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지시하였다. 환경호르몬 방송 직후의 광고에서는 락앤락이 위생과 안전에 대해 항상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해온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고, 식약청의 안전성 발표 이후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광고를 게시하였다(Exhibit 1).

 

그동안 식약청에서는 비스페놀A에 대해 2.5ppm 이하로 허용 기준치를 정해서 규제해 왔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2012년 7월부터 젖병에 비스페놀A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제를 추가 도입하였다. 캐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와 같거나 비슷한 규제를 하고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아직까지 비스페놀A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식약청에서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호르몬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김준일 회장은 1%의 소비자 불안감도 잠재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2009년 5월부터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락앤락은 경쟁사인 B기업의 유리 밀폐용기 상표가 자사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2006년 12월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표침해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그러나 1년에 걸친 소송에도 불구하고, 2008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었다(한국경제 2008.1.6).

재도약을 위한 락앤락의 전략, 락앤락글라스 출시

환경호르몬 사건 이후 김준일 회장은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리소재 밀폐용기를 출시하기로 결심하였다. 소재 다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함이었다. 사전 조사를 위해 국내외 유리전문가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원료의 성분배합과 제조공법에 따라 여러 가지 성질을 가진 다양한 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흔한 일반 유리(소다석회유리)는 온도를 100℃로 올리면 0.1% 팽창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차가운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유리컵이 깨지고 만다. 뜨거운 물이 닿은 부분은 팽창하지만 바깥 면은 팽창하지 않으므로 컵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조과정에서 공기를 뿜어 표면을 균일하게 냉각하면 압축응력과 인장응력이 생겨 일반유리에 비해 5~10배 강한 강화유리가 만들어진다. 강화유리는 표면에 상처가 생길 경우 잘게 부서지게 되는데, 이때 비산하는 파편에 의해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분명 이러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쟁사는 강화유리 소재의 식품용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준일 회장은 강화유리가 잘게 부서질 수 있고 깨질 때 튀면서 멀리까지 흩어지는 비산 현상 때문에 식기로 사용하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차에 붕규산이 들어간 내열유리는 일반 유리에 비해 온도차에 3배 정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 온도차에서 0.03%밖에 팽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내열유리 용기는 강화유리 제품보다 20% 가량 가볍고 섭씨 400도 열에 견딜 수 있었다. 따라서 전자레인지는 물론 오븐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보관한 음식을 별도의 용기에 옮겨 담지 않고 오븐에 바로 요리해서 먹는 것이 가능했다. 내열유리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붕규산이라는 고가 원료가 첨가되기 때문에 가격이 강화유리에 비해 약 1.5배 정도로 비쌌다. 이에 비해 강화유리는 제조단가가 낮고, 100% 밀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김준일 회장은 안전하고 열에 강한 ‘내열유리’를 선택하였고, 제품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유리제조사인 일본 아사히 테크노 글라스㈜와 MOU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실제 개발과정에서 예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내열유리는 강화유리보다 200~300도 높은 온도에서 소성되기 때문에 형태를 잡는 게 매우 어려웠다. 4면 날개형 뚜껑에 딱 맞춰지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2007년 6월, 내열유리 밀폐용기 락앤락글라스가 출시될 때는 4면 날개형 뚜껑을 장착하지 못했다. 4면 날개형 뚜껑 대신 날개 없는 여닫이 뚜껑을 장착한 제품을 겨우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 국내 유수의 강화유리 제조회사 관계자들이 락앤락을 찾아와서 자기네가 유리를 댈 테니 같이 밀폐용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준일 회장은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무조건 내열유리만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1년 정도 지나자 이번에는 직원들이 한 명씩 회장실에 찾아왔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회장이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유리 밀폐용기시장에 발도 못 붙인다. 강화유리면 어떤가? 일단 시작하고 보자”고 건의했다. 그때 김준일 회장은 “앞으로 강화유리를 주장하는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눈앞의 매출에 급급해 강화유리 밀폐용기를 만들었다가 소비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어렵게 쌓아놓은 ‘락앤락’ 브랜드 이미지는 그야말로 끝장날 것이며, 올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는 것이 김준일 회장의 신념이었다.

락앤락글라스의 밀폐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끝에, 2008년 6월부터는 100% 밀폐 가능한 내열유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플라스틱 용기와 동일한 수준의 밀폐력을 달성한 것이다. 제품 개발은 성공적이었지만 락앤락은 유리 밀폐용기로서는 후발주자였다. 따라서 경쟁사와 대비되는 뚜렷한 차별점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마케팅 전략의 수립이 필요했다. 락앤락은 자사가 개발한 락앤락글라스가 안전한 내열유리 소재로 만들었다는 것을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로 정하고, “오븐에서도 끄떡없는” 유리 용기라는 점을 집중 광고하였다(Exhibit 2).

락앤락이 ‘내열’ 기능을 강조하는 유리 밀폐용기를 출시하자, 선발기업인 S기업은 자사 제품이 일반 강화유리 제품이 아니라 영하 20도에서 최고 120도까지 견디는 ‘내열 강화유리’ 소재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하였다 (매경이코노미 2007.06.27). 락앤락은 S기업의 제품이 열팽창 계수를 낮추는 붕규산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내열유리가 아닌 강화유리이며, 따라서 열에 약해 폭발의 위험이 있으므로 S기업 제품에 ‘내열’이라는 표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S기업은 강화유리도 제조과정에서 내열 테스트를 받기 때문에 내열 강화유리로 표시할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상호 공방이 지속되었다 (해럴드생생뉴스 2011.08.12).

2010년 10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강화유리 식기를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시키는 한국산업규격(㉿) 내열유리제 식기(L2424) 개정안을 예고했다. 그러나 강화유리 폭발사고가 2009년 32건, 2010년 28건 등 꾸준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었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한겨레, 2011.01.12), 기술표준원은 입장을 바꿔 유리제 강화식기와 유리제 내열식기로 분리하여 각각 KS 표준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해럴드생생뉴스 2011.08.12).

락앤락은 2011년 베트남 붕따우에 내열유리공장을 완공하였다. 그동안 중국기업에 위탁 생산해 오던 것을 자체 생산하게 되면서, 밀폐용기 외에도 오븐용 쿡 웨어(cookware) 등 다양한 내열유리 제품을 생산하였다. 2007년에 42억 원이던 락앤락글라스의 국내시장 매출은 2008년 82억, 2009년 152억을 기록한 반면, 동 기간 S기업 내열 강화유리 제품의 국내시장 매출액은 각각 412억, 451억, 523억이었다 (각사 사업보고서). 락앤락글라스의 국내시장 매출은 2010년 163억까지 증가하였으나,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2013년 현재 국내 매출의 5% 비중에 머물고 있다(부록 참조).

내열유리 소재의 락앤락글라스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홍보팀 윤혜진 과장은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소비자들이 의외로 가격에 민감한 것 같아요. 머리로는 내열성이 우수한 것에 동의하면서도 경쟁사 제품 대비 1.5배나 비싼 제품에 구매를 주저하는 것 같아요. 내열유리는 붕규산을 첨가해서 만드는데 그 가격이 비싸고 생산 효율 또한 강화유리보다 낮기 때문에 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거든요. 내열유리 제품이나 강화유리 제품은 겉으로 보면 똑 같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윤혜진 과장은 그 동안의 마케팅 노력으로 강화유리의 위험성이 국내에서도 알려지면서 내열유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에코 키친, 에코 라이프’ – 락앤락 비스프리

환경호르몬 방송사건 이후 3년이 지난 2009년까지도 소비자들은 환경호르몬에 대한 염려 때문에 플라스틱 소재의 밀폐용기 구매를 꺼려하였다. 무겁고 깨지기 쉬워 사용에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유리 밀폐용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김준일 회장은 미국, 캐나다, 유럽을 중심으로 물병과 젖병 등에 주로 쓰이던 ‘트라이탄’ 소재를 알게 되었고, ‘바로 이 소재다!’라고 생각했다. 트라이탄 소재는 미국의 이스트만 케미컬이 개발한 신소재로, 비스페놀A 검출 우려가 없으며 유리처럼 투명하고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잘 깨지지 않았다. 플라스틱과 유리의 장점만을 모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트라이탄은 원료 가격이 기존 플라스틱제품보다 20% 가량 비싸고, 식품용기에 사용된 적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김준일 회장의 결심으로 락앤락은 2009년 5월 세계 최초로 트라이탄 소재의 밀폐용기 락앤락 비스프리(Bisfree)를 출시하였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제품 개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비자들이 환경호르몬에 대한 염려 때문에 무겁고 깨지기 쉬워 사용에 불편함이 많았던 유리 밀폐용기를 사용했었으나 이제는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2009.05.13.).

환경 호르몬 이슈 이후 플라스틱 밀폐용기 제품의 매출이 타격을 받게 되자 내열유리 밀폐용기를 출시했는데, 내열유리 소재의 특성상 다소 무겁고 비쌀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가볍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친환경 소재를 찾게 되었고, 그 결과 비스프리가 개발된 것이다. 김준일 회장은 비스프리 개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사실 플라스틱이 저희 본업인데 플라스틱을 포기할 수 없었죠. 그 당시 ‘트라이탄’이라는 소재가 폴리카보네이트(PC)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저희 폴리카보네이트 제품 매출 비중이 1% 밖에 안 됐는데, 환경호르몬 사건이 있고 나서 소비자들은 (환경호르몬 우려가 없는) 폴리프로필렌(PP) 제품까지도 다 버렸어요. 비스프리 제품이 나온 뒤에는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은 아예 안 팔립니다.”

비스프리 제품은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대신하여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무척 매력이 있었다. 특히 트라이탄 소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다용도 용기로 사용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안전성 역시 높았다. 락앤락은 비스프리 출시와 함께 ‘에코 키친, 에코 라이프’라는 친환경 비전을 선포하여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하였다. 비스프리 출시 이후 2년 정도 시험 판매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제품에 대한 확신을 얻은 락앤락은 2011년에는 TV, 잡지 등 대대적인 홍보 및 광고 활동을 펼쳤다 (Exhibit 3).

락앤락 비스프리(BISfree) 브랜드 매출은 2009년 19억, 2010년 42억에서 2011년 286억, 2012년 399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락앤락 제품 중 최단기간에 100억 매출을 달성한 브랜드가 되었다.

중국시장 진출전략 – 제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팔아라

락앤락은 전 세계 11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한국, 중국, 베트남에 총 8개의 생산기지와 중국, 미주,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지에 해외 자회사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중국시장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김준일 회장은 중국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생산기지로만 보지 않고, 일찍부터 락앤락 제품을 팔기 위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스스로 중국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중국시장 진출 초기인 2002년에는 현지 파트너를 통한 간접 진출 방식을 택하였다.

“제가 중국진출 초기에는 직접 영업을 안 하려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의 딜러에게 각각 독점 유통 권을 주고,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원했습니다. 그 당시 관세도 높고 했기 때문에, 2년간은 마진을 전혀 붙이지 않고 원가로 제품을 공급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습니다. 현지 업체들이 마케팅은 열심히 하지 않고 마진만 챙기기에 바빴어요. 그 이후에 다른 유통업자들도 찾아봤지만, 만나는 사람 모두 유통도 잘 모르고 물류 시스템도 잘 안 돼 있고 했습니다.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지인들에게 중국시장 직접 진출이 어떤가에 대해 물었더니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게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때가 진출 적기라고 판단했어요. 시장을 조사해보니 타파웨어(Tupperware)는 이미 15년 전에 진출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진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준일 회장은 중국에 판매법인 설립에 앞서 공장을 먼저 짓기로 결심하고, 중국 사업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그때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가 바로 현지인 100명당 주재원 1명이 적합하다는 ‘제조에 대한 100:1 룰’이었다. 주재원 한 명당 평균 10만 불 정도의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재원 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김준일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공장의 모든 시스템이 계획한 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전문가를 대거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총 14명의 주재원을 중국 공장에 파견하였다. 이 숫자는 현지인 20명당 주재원 1명을 파견하는 파격적인 의사결정이었다.

“초기에는 그렇게 인력 비율을 구성하고 이후에 불필요하다 싶으면 그 때 조금씩 축소해도 된다고 판단했죠. 모든 것이 처음에 속도 내는 게 어렵지 한 번 속도가 나면 그 이후에는 자동으로 굴러가니까요.”

김준일 회장은 중국 제조법인 설립 과정에서 충분한 수의 주재원을 동원하여 생산을 초기에 정상화할 것, 임대 공장을 활용하여 가볍게 시작할 것,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중국 웨이하이에서 월세 2,000만 원짜리 축사를 임대해서 공장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축사를 개조한 공장에서 밀폐용기용 실리콘을 생산하였으며, 6개월 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준일 회장의 중국 제조업에 대한 빠른 경험 축적은 뒤이은 제2, 제3 공장 건설 및 운영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김준일 회장은 2003년 12월 베이징TV 홈쇼핑을 통해 중국시장에 직접 판매를 시작하였다. 이어서 2004년 11월에는 상하이에 판매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김준일 회장의 중국 진출은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경험을 축적하고, 처음부터 10년 계획을 세워서 착실히 진행되었다.

“중국 상하이에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했을 당시 저는 현지 직원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를 구해서 함께 살았습니다. 초기에는 영업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풀(pull) 방식을 선택했어요. 당시 상하이에서 가장 비싼 중심 상업지구에 120평방미터 크기의 점포를 월세 25,000$을 주고 들어갔습니다. 맨 처음에는 입점을 시켜주려 하지도 않더군요. 명품들이 입점해 있는 곳에 밀폐용기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죠. 그리고 그 자리가 사실 2년은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자리라고도 했죠. 그러나 지속적인 설득 끝에 매장을 오픈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당시 왜 그런 비싼 자리에 밀폐용기 매장이 있는지 사람들이 신기해하더군요. 지역 방송에서는 이색매장이라고 두 번이나 취재를 나왔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인지도를 쌓았고, 그 당시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가 많았기에 대장금 마케팅을 시행했어요. 사실 저희는 유통망을 깔기도 전에 마케팅부터 시작한 셈입니다. 오히려 후진국에서 신제품에 대한 열망은 더 높기 때문에 그 잠재된 수요를 긁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인지도를 쌓으니, 그 이후에 꽤 유리한 조건으로 여러 사업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업 사원들에게 물건 팔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매출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을 까’만 고민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왜냐면, 소비자의 구매 프로세스를 총 10구간으로 나누면 매출은 그 중 맨 마지막 10번째 구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소비자를 교육하는 3,4 구간이 있어야 다음 구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지도를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판단했죠.”

중국 내 홈쇼핑 채널인 동방CJ 개국 방송을 하고 소비자 반응을 체크했을 때, 많은 중국인들이 락앤락 제품에 대해 ‘중국에서 만든 건지, 중국에서 포장 한 건지, 완제품 수입인지’를 질문했다. 이 질문을 통해 김준일 회장은 중국인들이 자기나라 제품보다는 수입품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간파하였다. 이후 그는 중국에 락앤락 공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장에서 만든 밀폐용기를 중국에 가져가서 팔도록 지시하였다. 그리고 락앤락 제품에 큰 글씨로 ‘한국 완전포장수입’ 이라고 표시를 했다.

대신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전부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로 수출하였다. 중국 공장에서 제조한 제품을 중국인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였다. 올림픽을 치른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국가에 대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관세, 물류비 때문에 원가가 올라가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가격을 못 내릴 바에야 소비자의 머릿속 가치인 제품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만약에 당시 우리가 중국 내 생산품을 팔았으면, 락앤락이 중국에서 그만큼 성공을 거두긴 힘들었을 겁니다.”

락앤락은 중국진출 후 4년 동안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아닌 한국산 제품을 직접 수입해서 원래 가격의 1.5배로 판매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 소비자들에게 수입브랜드라는 고급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당시 중국내 경쟁사들은 대부분 락앤락을 모방해서 만든 제품을 저가에 판매했고, 그 수는 자그마치 200여 개에 달하였다. 김준일 회장은 모방 제품 제조사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유통을 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판매점을 찾아가서 모방품 판매를 중지하도록 설득하였다.

“초기에는 품질 격차가 크게 나서 큰 걱정을 하지 않았으나, 3년이 지나자 모방 기업들의 품질도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오고 마케팅도 아주 똑같이 따라 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저희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은 그들의 무대처럼 누볐습니다. 그래서 저희 락앤락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는 판매법인과 직영점을 세워 직접 공략하고, 그 외 2~3선급 도시는 도매상에게 맡겼습니다. 대신 매장은 플래그십 숍(flagship shop)4) 형태로 지었어요. 현재 플래그십 숍은 손익 면에서 적자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10%정도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가 있다고 항상 직원들에게 교육합니다. 중국 곳곳에 플래그십 숍을 운영하는 효과는 1년간 TV 광고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내부적으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첫 해에 락앤락의 중국 매출은 90만 달러였다. 그러나 2005년에는 400만 달러, 2006년 1800만 달러로 급증하였다 (한국경제 2007.03.07). 중국시장에 타파웨어보다 10년 이상 늦게 진출한 락앤락이 단기간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여기에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은 마케팅 전략도 한몫 단단히 했다. 당시 한류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자, 락앤락은 출연 배우를 TV 광고모델로 활용하여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그 결과 락앤락은 중국 현지의 경쟁브랜드에 비해 50%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었다. 중국인들이 차를 즐겨 마신다는 점에 착안하여 거름망이 있는 프리미엄 차통을 개발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현지화 된 제품개발도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 식품용기부문 1위, 락앤락

2006년 환경호르몬 방송 이후 국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김준일 회장을 중국시장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환경호르몬 방송 이후 중국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열심히 다녔어요. 중국에 S사가 진출하기 전에 저희가 ‘내열유리와 강화유리’ 차이점을 크게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약 3년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는 강화유리가 잘 안 팔려요.”

김준일 회장은 환경호르몬 사건 이후 중국시장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2008년부터 중국 현지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내열유리 밀폐용기를 OEM으로 조달 판매하였고, 이때부터 내열유리와 강화유리의 차이를 강조하는 판매원 교육과 홍보에 공을 들였다. 2011년 베트남에 내열유리 공장을 건설한 후에는 베트남 산 내열유리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며 중국 현지업체와의 OEM계약을 해지하였다.

중국의 소비자단체와 언론에서 강화유리 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도 락앤락에게 큰 힘이 되었다. 2012년 중국소비자협회는 열팽창계수가 높은 강화유리는 자폭, 비산 등의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주방용품으로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천신문(2012), BTV(2013), CNTV(2013) 등에서 잇따라 강화유리 제품의 위험성에 관한 보도가 이어졌다 (Exhibit 4).

이러한 내열유리 집중 홍보와 마케팅은 매출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한국 두 시장의 락앤락 제품 매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한국 시장에서는 2013년 말 기준 락앤락의 유리 밀폐용기 매출 비중이 전체의 5%에 머무는 반면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매출은 41%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hibit 5). 그러나 중국시장에서는 유리 밀폐용기 매출비중이 24% (금액 기준 약 630억원)로 플라스틱 밀폐용기 18%보다 판매 비중이 더 높다.

중국시장 전체로도 내열유리 밀폐용기 판매 비중은 전체 유리 밀폐용기의 약 70% 수준으로, 강화유리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판매되고 있다 (Exhibit 6). 또한 락앤락은 중국 내열유리 밀폐용기 시장의 약 30% (전체 유리 밀폐용기 시장의 약 21%)를 점유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2년 중국 내 할인점 판매 현황 조사에 따르면, 락앤락의 내열유리 밀폐용기는 중국 현지의 경쟁제품 대비 약 두 배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현대증권 기업분석 보고서).

락앤락은 2007년부터 중국시장 마케팅을 강화했고, 2008년 말에는 12개 지사, 50개 직영점, 700여 개의 백화점 및 할인점 입점 등으로 유통망이 확장되었다. 유통망 확장과 더불어 진출 초기부터 고급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 것에 힘입어, 2010년에는 중국시장 매출이 국내시장 매출을 넘어섰다. 이후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2013년에는 중국시장 매출이 2,625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하였다. 26%인 국내 매출 비중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락앤락은 이제 중국시장에서 고급 주방용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일본 경제신문이 발표한 2011년 중국히트상품 베스트25에서 락앤락은 6위를 차지하였다. 한국 브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또한 락앤락은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China Brand Power Index)에서 타파웨어를 누르고 식품용기 부문 1위를 차지하였다. 2010년 락앤락은 플라스틱 용기 판매에서도 타파웨어를 제치고 중국내 1위 기업이 되었다 (Forbes, 2011.4.26).

락앤락은 고품질 유리원료 조달이 가능한 베트남 현지에 제조공장을 운영함으로써 중국시장에서의 수익성을 높였다. 반면에 락앤락에 내열유리 제품을 납품해오던 중국 협력업체들이 모방 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 경쟁자가 되었다. 한편 내열 강화유리 밀폐용기 제조업체 B사 역시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의 주방용품 관련 박람회에 참가하여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해외 홈쇼핑, 할인점, 백화점 등을 통해 해외 판매를 확대해왔다. 2011년 5월 대만 음료파동을 계기로 유리 밀폐용기에 대한 중국인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B사의 중국시장 매출 역시 2011년 150억 원, 2013년에는 약 350억 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락앤락의 향후 과제

락앤락은 환경호르몬 사건 이후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함께 내열유리 밀폐용기 마케팅에 주력하였다. 그 결과 중국 내에서 내열유리 제품의 매출 비중이 플라스틱 제품 매출을 능가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국내 시장보다 훨씬 더 큰 중국시장에서 유리 용기 시장을 선점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유리용기 매출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만한 성과다. 김준일 회장은 ‘무슨 일이든 하면 된다’는 긍정적 마인드와 단기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길게 보는 안목을 가졌기에, 환경호르몬 사건이 불러온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준일 회장에게는 락앤락의 미래와 관련한 많은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국내시장에서 밀폐용기 제품 마케팅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다. 유리 밀폐용기 시장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경쟁사에게 국내시장을 선점 당했고,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된 내열유리 제품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다행히 락앤락의 전통적 강점인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비스프리 브랜드의 경우 매출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경쟁사가 트라이탄 소재에서 비스페놀A 이외의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국내시장에서 밀폐용기 선도 기업으로서 락앤락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시장선도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품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향후 제품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고민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1998년 혁신적 밀폐용기 개발 이후 회사를 대표할 만한 혁신적 상품이 개발되지 않은 것이 김준일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내열유리 밀폐용기인 락앤락글라스의 경우, 품질은 우수하지만 소재의 특성상 오븐 요리를 자주 하거나 최소한 오븐을 보유한 가정에서 필요성을 느낄만한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화유리 혹은 일반유리 밀폐용기를 추가로 출시하자는 사내 의견에 대해서도 김준일 회장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동안 강화유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내열유리의 우수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일반유리 밀폐용기를 추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일반유리 밀폐용기를 출시한다면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트라이탄 소재의 락앤락 비스프리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출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추가적 노력이 필요할까? 트라이탄 소재의 안전성에 대해 해외에서도 논란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진행방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게다가 그 동안 크게 성장하였던 중국시장에서의 매출이 2012년 이후 정체상태에 빠져 있는 것도 김준일 회장에게는 고민거리이다. 중국시장의 성장 정체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선물용 특판 수요가 감소한데다가 중국 현지기업들의 모방 제품 출시, 그리고 밀폐 용기라는 한정된 시장규모 등의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에 락앤락은 중국시장에서의 고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다각화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중요하다고 보고, 유아전용 브랜드인 헬로베베를 출시하는 등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상하이에 R&D 센터를 설립하여 차통 등 중국 현지 상황에 적합하고 현지화된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락앤락이 현재 중국 내열유리 밀폐용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중국 현지 기업들과의 품질격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에서도 내열유리 밀폐용기만 지속 판매할 것인가 아니면 강화유리 혹은 일반유리 밀폐용기를 추가로 판매할 것인가도 결정해야 한다. 중국에서도 오븐 보급률이 높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열유리 밀폐용기 시장의 규모는 일반 밀폐용기 시장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다.


[주석]

1. 1948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의 식품 용기 제조 및 판매 회사

2. 제품 성형 시 플라스틱 수지액 2개의 유동 선단이 서로 만나서 생기는 얇고 미세한 선으로 뚜껑을 여닫을 시 파손이 생기기 쉬운 부분

3. 뚜껑 날개와 용기를 연결하는 경첩

4. 주로 시내 중심 상업지구에서 상류층 고객을 타겟으로 고가의 단일 브랜드 제품들을 진열 판매하는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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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전종근

전종근

전종근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금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서울대학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교내 창업보육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중소기업학회 상임이사를 역임하였고, 영문학술지 JSBI(기업가정신과 벤처연구)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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